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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제자들과 대제사장들 간 이상동몽(異床同夢) - 마태복음 26장

신약
마태복음
성경묵상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죽이려 했던 대제사장들, 장로들과 그 대척점에 있는 예수님의 제자들이 있다. 물과 기름같은 이 두 부류가 한 마음이었던 때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바로 마태복음 26장이었다. 어떤 관점에서 그들을 이상동몽(異床同夢)이라 말할 수 있었을까?

예수님을 죽이려는 대제사장들과 장로들

그 때에 대제사장들과 백성의 장로들이 가야바라 하는 대제사장의 관정에 모여 예수를 흉계로 잡아 죽이려고 의논하되 말하기를 민란이 날까 하노니 명절에는 하지 말자 하더라 (마26:3-5)
예수님을 죽여서라도 기득권을 지키려는 대제사장과 장로들의 회동은 지극히 그들의 이해타산을 고려한 행위였다. 그들은 유대인들의 최고 법정인 산헤드린 공의회에서 예수님을 죽이기 위해 긴밀하게 논의했다.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는 사람들도 많았으므로 사람들의 이목이 많이 집중되는 명절을 피하는 교묘함도 엿볼 수 있다. 명절이 되면 예루살렘에 무려 250만 명 정도가 모인다고 하니 말이다.

예수님의 죽음을 부정하는 제자들

한 여자가 매우 귀한 향유 한 옥합을 가지고 나아와서 식사하시는 예수의 머리에 부으니 제자들이 보고 분개하여 이르되 무슨 의도로 이것을 허비하느냐 이것을 비싼 값에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줄 수 있었겠도다 하거늘 (마26:7-9)
가난한 자들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거니와 나는 항상 함께 있지 아니하리라 이 여자가 내 몸에 이 향유를 부은 것은 내 장례를 위하여 함이니라 (마26:11-12)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우리 예수님은 절대 죽으실 리가 없어!' 이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장례를 위하여 노동자 한 해 품삯에 해당하는 값비싼 향유를 예수님께 부은 마리아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부터도 저산도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 한 숟가락을 먹는 것만 해도 한 방울이라도 흘릴까봐 조심스레 붓는 수준이다. 그런데 수천 만원 어치 향유를 한 번에 써버리다니! 너무나 아까운 것이었다. 이걸 팔아 사람들을 나눠줬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따랐을까 싶기도 했을 것이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죽으시기는 커녕 메시아로 영원히 이 땅 위에서 최고의 자리에 군림하실 거라 믿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예수님의 뜻이 전혀 아니었다. 예수님의 죽음을 부정하는 제자들의 이해타산에 충실한 생각이었을 뿐이다.

자기의 이해타산을 부정한 마리아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온 천하에 어디서든지 이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서는 이 여자가 행한 일도 말하여 그를 기억하리라 하시니라 (마26:13)
예수님은 누누히 말씀하셨다. "나는 죽으러 왔다!" 이 말씀을 하실 때마다 제자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이 바라는 메시아는 로마 황제보다 뛰어난 군림자이자 왕 중 왕의 모습이었기 때문이었을까? 그 당시 일반적인 유대인들의 메시아에 대한 인식이기도 했다. 그러나 마리아는 달랐다. 자신에게 가장 값어치 있는 향유를 예수님의 장례를 위해 쓰기로 한 것이다. 온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해 대속제물로 죽으셔야만 하는 예수님을 위해서 말이다. 마태복음 26장 상반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자기의 이해타산에 철저히 반대되는 유일한 선택이었다.

내 마음의 중심은 어떠한가

예수님을 죽이려고 했든, 예수님의 죽음을 부정했든 그 순간 그들의 마음의 중심에는 예수님의 말씀이 없었다. "나는 죽으러 왔다" 는 말씀을 담아 둔 마리아만이 자기의 이해타산에 반하고 예수님이 기뻐하시는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내 마음의 중심에는 이해타산 계산기가 자리잡고 있는지 아니면 예수님의 말씀이 있는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